'원양 거인'도 주목한 스마트 양식…해수부, 디지털화 전방위 지원

입력 2020-11-26 15:25   수정 2020-11-26 15:27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6월 부산 기장군의 국립수산과학원을 방문했다. 모든 양식 어업 과정에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양식’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두 달 뒤인 지난 8월 동원산업은 2000억원을 투자해 강원 양양에 약 11만5702㎡ 규모의 육상 양식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연간 연어 2만t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50년간 수산제국을 일궈낸 ‘한국 원양산업의 선각자’ 김 명예회장이 스마트 양식에 주목한 건 어업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스마트 양식은 효율적으로 수산물을 키워 최적의 상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양질의 수산물이 스마트 양식을 통해 싸게 시장에 풀리면 기존 양식 어업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스마트 양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어민 소득을 늘리고 수산물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양식 확산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 양식으로 반값 수산물 생산”
어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스마트 양식의 선도 국가로 꼽힌다. 해수부 관계자는 “노르웨이 연안의 양식장에서 잡은 연어가 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를 때까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며 “사료부터 가공, 수요예측,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스마트 양식장 모델인 ‘아쿠아팜 4.0’이 지향하는 목표도 이와 비슷하다. 종자·사료·백신·기자재·운영 분야의 기술을 담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양식업 전 과정을 자동화·지능화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값 수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해수부의 목표다.

이미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창성수산이 운영하는 경남 하동군의 숭어 가두리양식장은 2018년 10월 해수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지원을 받아 양식 전 과정을 스마트화했다. 먹이를 주고 물고기의 크기를 측정하는 건 물론이고 가두리 그물 등 양식장 시설물 점검도 수중 드론을 통해 자동화했다. 1.4㏊ 규모 스마트 양식장에서 숭어 65만 마리를 키워 18억4000만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통 양식법을 이용해 거둘 수 있는 소득(5억원)의 3.7배 규모다. 숭어의 생존율이 높아져 매출이 38% 증가하고 인건비와 사료비는 각각 44%, 20% 절감된 덕분이다.

영세한 어민이 많은 양식업에 대규모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최근 양식산업발전법을 제정해 지난 8월 28일부터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을 일부 허용했다. 일부 기업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까지 보급 기술 개발”
스마트 양식이 보편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어민 참여가 저조한 게 대표적인 문제다. 양식업은 작은 실수로도 수산물이 폐사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종이다. 어민들이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영업 비밀’처럼 전수되던 양식 노하우를 디지털화하는 데도 부정적이다.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업인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양식 플랫폼을 도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21년까지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 양식 생물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양식 생물 생산 전 과정을 지능화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해수부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양식 보급을 확산하고 주요 기업이 중소기업·어민들과 상생하는 성공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어민의 소득은 높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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